교사 10명 무고성 고소·살해협박… 결혼 앞둔 피해교사는 경호원까지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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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5-08-11 14:22
입력 2025-08-11 14:19
제주교사노조 등 무고성 고소·살해 협박 사건 가해자 엄벌 탄원 기자회견교사 10명·교직원 2명 등 12명 집단고소에
경찰, 가해 학부모 교권침해 혐의 입건 조사중
학부모“수업·반 편성 문제로 아이 지병 발현” 주장
교육청·교육부에 100건 이상 민원 반복 제기
“결혼식장 찾아와 훼방 놓겠다” 등 교사 협박
교사들 PTSD… 엄벌 탄원 참여 전국 교사 760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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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 등 10개 노조 단체가 11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무고성 고소와 살해 협박 사건 가해자 구속기소와 엄벌 탄원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하러 이동하고 있다. 제주교사노조 제공
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 등 10개 노조 단체가 11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무고성 고소와 살해 협박 사건 가해자 구속기소와 엄벌 탄원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하러 이동하고 있다. 제주교사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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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사노조 등 10개 노조가 11월 동부경찰서에 교사 10명 무고성 고소·살해협박사건 가해자 구속기소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제주교사노조 제공
제주도교사노조 등 10개 노조가 11월 동부경찰서에 교사 10명 무고성 고소·살해협박사건 가해자 구속기소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제주교사노조 제공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를 공포로 몰아넣는 범죄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학교는 무고와 위협, 폭력이 반복되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 등은 11일 제주교사노조 사무실에서 가진 도내 A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10명에 대한 무고성 고소·살해 협박 사건 가해자 엄벌 탄원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제주 A초등학교의 교사와 교직원 12명은 지난해 졸업생 학부모 A씨로부터 지난해 12월 아동학대·직무유기 혐의로 집단고소를 당했다.

반면 지난달 제주동부경찰서는 A씨를 교권침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제주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자녀 B양이 재학 중 담당했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육아휴직자, 기간제교사를 포함해 모든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학부모는 수업방식, 반 편성 때문에 아이의 지병이 발현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교 행정실장과 교장, 교감, 교육청 직원까지 총 12명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아동학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교육청과 교육부에도 100건이 넘는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심지어 결혼식을 앞둔 교사에게는 “결혼식장에 찾아와 훼방을 놓겠다”, “결혼식에 가서 나팔을 불어주겠다” “교사를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해 결혼식 날 실제 경호원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모든 고소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되었지만, 교사들과 교직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상처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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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 등 10 노조 단체가 11일 제주동부경찰서 앞에서 무고성 고소·살해 협박 사건 가해자 구속기소와 엄벌 탄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교사노조 제공
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 등 10 노조 단체가 11일 제주동부경찰서 앞에서 무고성 고소·살해 협박 사건 가해자 구속기소와 엄벌 탄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교사노조 제공


한정우 제주교사노조위원장은 “피해 교사들이 사건 이후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으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으며 학교 출근을 하지 못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노조연맹 이보미 위원장은 연대 발언에서 가해자의 무고 및 협박 혐의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더불어 제주도교육청의 악성 민원에 대한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실상이 알려지며 교사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무더기 고소한 학부모에 대해 엄벌 탄원에 참여한 전국의 교사는 760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제주지부 조순호 의장은 “이번 사건이 단지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문제”라고 강조했으며 제주도공무원노동조합 변경준 위원장은 “악성 민원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며, 공공 서비스 종사자 모두의 안전과 존엄을 무너뜨리는 사회적 문제”라며 학교 행정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의료원노동조합 남태우 위원장은 최근 제주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건의 안타까운 사건들에 우려를 표하며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충남교사노동조합 최재영 위원장은 “교사 본인과 자녀에 대한 살해 협박, 근무지와 개인정보를 추적하며 가하는 집요한 괴롭힘은 범죄”라고 언급하며 민원 사전 예약제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10명에 달하는 피해 교사들은 사건 이후로 불면증과 무고성 고소로 인한 조사 등의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겼으며 개인적 삶을 누릴 수 없으며 가족의 삶도 망가졌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고요한 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고성 고소와 협박에 대해서 적절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면서 “학교가 신뢰와 안정 속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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