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관세 30~35% 부과할 수도”… 더 센 폭탄 예고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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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수정 2025-07-02 23:44
입력 2025-07-02 18:01

유예 종료 앞두고 ‘벼랑 끝 전술’

협상 지연되자 본보기식 압박 나서
“잘못 길들여져” 24%에서 상향 경고
日 “구체적 언급 않겠다” 반응 자제
한국도 비관세 장벽 놓고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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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로부터 도망치려면”… 트럼프 ‘앨커트래즈’ 방문
“악어로부터 도망치려면”… 트럼프 ‘앨커트래즈’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남부 열대 습지 에버글레이즈에 신설된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 ‘앨리게이터(악어) 앨커트래즈’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시설 주변에는 악어, 독사가 서식해 탈옥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샌프란시스코 유명 교도소 명칭 ‘앨커트래즈’를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설 시찰 전 백악관에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악어로부터 도망치는 법을 가르치겠다”며 “직선으로 뛰지 않으면 살 확률이 1%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글레이즈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일본에 30~3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책정했던 상호관세율 24%보다 더한 ‘폭탄’을 예고한 것이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협상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협상 중인 한국에 대해서도 압박 강도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를 방문하고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본에 대해 “그들은 매우 완고하다(very tough).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very spoiled)”며 “관세로 30~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어떤 수치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매우 큰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 30~40년 동안 우리를 착취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오냐오냐했더니 버릇이 잘못 들었다’는 의미로 외교적으로 결례가 될 만한 표현이었지만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트루스소셜 글에서 “그들은 대량의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일본 측을 저격하기도 했다.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부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선 미국이 대일 무역 적자가 심각하다 해도 80년 동맹국에 30%대 고율 관세를 거론한 것은 과한 요구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때 원활히 작동했던 미일 정상 간 ‘핫라인’이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다음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일 협상에서 강경 기조를 유지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본보기식 고강도 압박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케이신문은 “트럼프식 협상 전술에 이시바 정권은 대응 능력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한국에도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 수입 개방과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비관세장벽’ 해소를 요구하는 만큼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쌀 개방도 재차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달 24~26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3차 기술협의에서 새 정부 출범 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던 점을 설명하며 상호관세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막판까지 다양한 대미 채널을 통해 미국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휘둘리지 말고 그동안 진행해 온 협상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며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비교적 합의가 쉬운 사안을 먼저 타결해 시급한 상호관세율부터 낮춘 뒤 추가 협상으로 품목관세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임주형·도쿄 명희진 특파원·세종 이주원 기자
2025-07-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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