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해결사” 자처한 트럼프…사실확인은 ‘과장투성이’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19 17:57
입력 2025-08-19 17:57
│우크라이나전까지 자신감 드러냈지만…가디언 “진실 얼렁뚱땅”, 악시오스 “미완의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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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함께 백악관을 찾아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자처하며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함께 백악관을 찾아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자처하며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마친 뒤 “나는 6개의 전쟁을 끝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7번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쉬운 전쟁일 줄 알았다”고 했지만, 실제 협상 과정은 예상과 달리 순탄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이 이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종전 해결사’로서의 자신감을 거듭 내비쳤다.

트럼프가 언급한 6개 전쟁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르완다, 이스라엘-이란, 인도-파키스탄, 캄보디아-태국, 세르비아-코소보 분쟁으로 추정된다. 백악관은 여기에 에티오피아-이집트 갈등까지 포함해 총 7건의 분쟁 중재를 성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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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이날 유럽 정상들은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자처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이날 유럽 정상들은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자처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사실확인에 나섰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일부 분쟁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전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디언 역시 “트럼프는 진실을 얼렁뚱땅 넘기고 있다”며 과장된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트럼프는 지난 8일 아르메니아 총리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러 평화 협정 서명을 성사시켰다. 협정에는 ‘트럼프 루트’라는 43.5㎞ 길이의 통로를 99년간 미국이 관리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러시아는 이를 조심스럽게 환영했지만, 인접국 이란은 “트럼프 용병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콩고와 르완다 역시 백악관에서 평화 협정에 서명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간 ‘12일 전쟁’은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강제 휴전된 사례로 중재보다는 군사적 개입에 가까웠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전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긴장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도 트럼프는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인도 정부는 미국의 역할을 전면 부인했다. 악시오스는 이 과정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 트럼프의 관계가 오히려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캄보디아–태국의 무력 충돌은 미국의 고관세 위협 속에 멈췄으나, 국경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세르비아–코소보 갈등은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백악관에서 경제 정상화 합의가 이뤄졌지만, 양국 갈등은 여전하다. 가디언은 “세르비아는 애초에 전쟁 계획조차 없었다”며 트럼프의 ‘전쟁 종식’ 주장을 꼬집었다. 에티오피아–이집트의 나일강 댐 갈등도 비슷하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고 합의도 없는 상태였는데 백악관은 이를 트럼프의 평화 외교 치적으로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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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참석해 러시아의 전쟁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참석해 러시아의 전쟁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언론들은 트럼프가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다수의 사례가 일시적 휴전이나 미국의 압박, 군사적 개입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현실과 괴리된 과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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