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라며 공짜 탑승 120번”…디캐프리오 영화 뺨치는 실화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7-27 16:56
입력 2025-07-27 13:55
│美 30대 남성, 위조 배지로 무임 탑승…내달 실형 선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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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에서 팬암 조종사로 위장한 프랭크(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승무원들과 공항을 지나가는 장면. 이번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현대판 애버그네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출처=드림웍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에서 팬암 조종사로 위장한 프랭크(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승무원들과 공항을 지나가는 장면. 이번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현대판 애버그네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출처=드림웍스


6년간 총 120편 공짜 탑승…美 30대 남성, 가짜 배지로 승무원 행세자신을 항공사 승무원이라 속이고 6년간 항공편 약 120편을 무료로 탑승한 미국 남성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티론 알렉산더(35)는 승무원 전용 예약 시스템에 접근해 항공권을 무료로 발권한 뒤 항공기 최소 34편에 무임 탑승했다. 그는 6월 미국 연방법원에서 사기와 공항 보안구역 무단 침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내달 25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월 11일 “그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조작된 신분으로 수십 차례 항공편에 탑승했다”고 보도했고, 피플지는 “총 120회에 걸쳐 무임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점에서 역대급 항공사기”라고 전했다. 폭스뉴스 역시 관련 법원 기록과 증언을 상세히 전하며 “실제 범행 중 상당수는 스피릿 항공에서 벌어졌다”고 짚었다.

“7개 항공사에 근무했다”는 가짜 정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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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승무원 명찰(ID 배지)의 예시 이미지. 피고인은 이와 유사한 형식의 가짜 배지 번호와 고용 정보를 조작해 실제 항공사 내부 시스템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은 실제 사건과 직접 관련 없음. 출처=ETSY
항공 승무원 명찰(ID 배지)의 예시 이미지. 피고인은 이와 유사한 형식의 가짜 배지 번호와 고용 정보를 조작해 실제 항공사 내부 시스템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은 실제 사건과 직접 관련 없음. 출처=ETSY


알렉산더는 항공사 웹사이트의 직원 인증 시스템을 악용해 자신을 ‘재직 중인 승무원’으로 속였다.

해당 시스템은 직원 여부, 고용 일자, 배지 번호를 입력해야 통과할 수 있는데 그는 총 7개 항공사에 근무한 것처럼 조작해 약 30개의 가짜 배지 번호와 고용 정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지 번호는 항공사 직원에게 부여되는 고유 식별번호로, 주로 보안구역 출입과 내부 시스템 인증에 활용되는 일종의 사원 번호다. 그는 이 정보를 날조해 실제 승무원처럼 시스템을 속였고 일반 고객은 접근할 수 없는 승무원 전용 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다수의 항공권을 확보했다.

이렇게 예약한 항공편은 대부분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공항에서 출발했고 스피릿 항공을 포함한 다수의 항공사가 피해를 보았다. 실제 예약 기록과 스크린 캡처도 증거로 제출됐다.

과거 항공사 직원 경력도 ‘사기의 기반’조사 결과 알렉산더는 2010~2012년 델타항공 고객지원 부서, 2013~2014년에는 애틀랜틱 사우이스트 항공과 리퍼블릭 항공 등에서 실제 근무한 이력이 있다고 확인됐다.

검찰은 그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 시스템과 절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사기극을 장기적으로 이어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미국 교통보안청(TSA)은 이메일과 로그 기록, 탑승 내용 등을 바탕으로 그의 혐의를 입증했다.

“현대판 캐치 미 이프 유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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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팬암에 인도될 보잉 707 여객기들이 시애틀 비행장에 줄지어 서 있다. 앞쪽의 N711PA는 미국 최초의 제트 여객기 정기편에 투입됐다. 출처=보잉 위키미디어 커먼즈
1958년, 팬암에 인도될 보잉 707 여객기들이 시애틀 비행장에 줄지어 서 있다. 앞쪽의 N711PA는 미국 최초의 제트 여객기 정기편에 투입됐다. 출처=보잉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번 사건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아 ‘팬암’(Pan Am) 조종사로 위장해 세계를 누비던 실존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사기극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팬암은 당시 미국을 대표하던 글로벌 항공사로 조종사 제복만으로도 세계 각국 공항에서 신뢰와 특권을 얻을 수 있었던 상징적 존재였다. 애버그네일은 이 점을 이용해 수백 차례 비행기를 무임 탑승했고 그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돼 전 세계에 알려졌다.

실제로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현대판 애버그네일”이라고 표현했다.

알렉산더 역시 정식 승무원이 아님에도 허위 정보와 위조 배지로 수년간 항공편에 무임 탑승하며 항공업계를 농락했다는 점에서, 영화 속 설정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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