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구두점, 도둑 맞고 이색적인 바겐세일

구본영 기자
수정 2012-08-17 17:52
입력 2012-08-02 00:00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구두점이 있어 화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구두점 마우로 보티에르. 이 구두점은 유행이 지난 모델, 철 지난 여름구두, 사이즈가 고르게 갖춰져 있지 않은 단종상품 등을 세일하고 있다.

구두점 앞 길에는 특히 세일을 알리는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이 노란 바탕의 광고판에는 ‘도둑으로 인한 세일’이라고 크게 적혀 있다. 광고판에는 또 1켤레 값을 내면 2켤레를 준다는 의미의 ‘2×1’라는 표시가 있다.

구두점 쇼윈도 유리에도 동일한 광고문이 크게 적혀 있다. 구두점 마우로 보티에르가 대대적 세일을 결정한 건 광고에 적힌 그대로 도둑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오전 5시쯤 구두점에는 도둑이 들었다. 쇠파이프로 셔터를 부수고 들어간 도둑은 매장에 있던 구두 300여 켤레를 모조리 훔쳐갔다.

구두점 주인 마우로 루나(76)가 아침에 출근하자 가게엔 빈 상자만 가득했다.

그는 “가게에 놔뒀던 내 구두까지 가져갔더라. 새 구두는 한 켤레도 남은 게 없었다.”고 말했다. 50년을 구두생산과 판매에 보낸 마우로 루나는 낙심했지만 재기를 결심하고 공장으로 달려가 남은 재고를 몽땅 가져다 세일을 시작했다.

마우로 루나는 “잃어버린 구두 대부분이 100%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라 상당한 고가품”이라면서 “재기를 하려면 자금이 필요해 있는대로 세일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구두점이 완벽하게 도둑을 맞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마우로 루나는 10년 전에도 비슷한 도둑피해를 입어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옮겼다.

사진=나시온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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